100원의 얼굴들
주머니에서 나온 백원짜리를 발행 연도별로 모아 한 장씩 찍었습니다.
초안 — 사진은 우리 것이지만 글은 지면을 잡기 위해 쓴 예시입니다.

지갑을 비우다가 백원짜리 여섯 개가 나왔습니다. 같은 액면이지만 연도가 전부 달랐고, 닳은 정도도 달랐습니다. 1984년의 것과 2006년의 것을 나란히 놓으니 22년이 손바닥 위에 있었습니다.
검은 배경에 하나씩 올리고 같은 조명, 같은 거리에서 찍었습니다. 조건을 고정하면 남는 차이는 전부 동전 자신의 것이 됩니다.

닳는 방식이 다르다
오래된 동전일수록 표면이 매끄럽습니다. 숫자의 모서리가 뭉개지고, 이순신 장군의 얼굴은 윤곽만 남습니다. 반대로 최근 것은 가장자리 톱니가 날카롭게 살아 있습니다.
닳는 것은 사용의 흔적이지 손상이 아닙니다. 이 동전들은 수천 번 손을 옮겨 다녔고, 그 이동이 표면에 기록으로 남았습니다.

같은 값, 다른 시간
여섯 개는 지금도 똑같이 백원입니다. 값은 변하지 않았는데 생김새만 달라졌습니다. 물건이 시간을 갖는다는 게 이런 일인 것 같습니다.


